옷장을 바라보는 4명의 태기즈 인터뷰. 소재별 워크웨어부터 올 여름 트렌트까지 알차게 담았어요. 오랜만에 돌아온 루틴 바스켓, 이번 호에서는 옷장을 바라보는 네 명의 시선을 모아봤어요. 나이도 직업도, 추구미도 다른 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태기즈이자 스택의 첫 번째 객원 에디터라는 점이에요. (aka. 글쓰는 태기즈✍️) 소재별 워크웨어 추천부터 생산자의 시각에서 본 올 여름 트렌드까지. 가가와 연듀, zzozi와 FANCY 네 명의 다양한 스타일링과 돌보는 방식을 만나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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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1 패션아! 예술해-!
⤷ 🐸 가가 작업도 패션도, 다채로움을 추구하는 시각 미술작가이자 대학원생
Note 2 트렌드 탈출, 나만의 오래 입기 미학
⤷ 🫧 연듀 오래 입고 오래 좋아할 옷을 소비하는 사람
Note 3 2000년대 할리우드 덕후가 말하는 로코 vs 현실
⤷ 🍒 zzozi 방구석에서 런웨이 중인 옷 덕후 에디터
Note 4 Story of MAKER‘s daughter
⤷ 🦋 FANCY 패션과 K-POP을 감각적으로 잇는 내일의 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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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프런 없이 어떻게 작업해?
요즘은 꽃집부터 작업실까지, 장소와 목적에 맞는 다양한 에이프런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저는 회화 작업부터 용접까지 여러 재료를 다루다 보니 워크웨어를 다양하게 입어봤는데, 그중에서도 탈착이 편한 에이프런을 가장 선호해요. 면 소재 에이프런은 가볍고 부드러워 착용감이 뛰어나고, 면보다 약간 가벼운 나일론 소재는 주로 경량 원단으로 내구성이 면보다 조금 약한 대신 훨씬 더 시원해요. 미술 작업에서는 주로 데님이나 캔버스 소재 에이프런을 사용하는데요. 면보다는 무겁지만 튼튼하고 안전해 작업하기에 적합하거든요. 최근에는 폴리에스테르와 면, 나일론이 혼합된 소재의 에이프런을 착용 중인데 가볍고 오염에 강해 실용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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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크는 안 해도 워크웨어는 입어야지.
에이프런처럼 작업용으로 입는 워크웨어도 있지만, 일상복이 된 워크웨어도 많죠. 특히 카고 바지는 실용성과 스타일을 겸비해 길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어요. 카고란 ‘화물선’이라는 뜻으로 화물선 승무원의 작업 바지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큰 주머니가 특징으로 건빵바지라고도 불리는데 Y2K, 힙합, 스트릿 패션에 어울려요. 슬림핏, 와이드핏, 반바지부터 긴 바지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있어 체형과 취향에 맞춰 입기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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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소리야? 우리 전시 보러 가기로 했잖아 옷 입어!
작가는 워크웨어를 입고 전시 관람객은 뭘 입을까요? 론 뮤익, 피에르 위그 등 핫한 전시가 많아진 요즘, SNS를 통해 다양한 전시 관람 후기를 보면 단정하고 포멀한 코디는 의외로 많지 않을 거에요. 전시를 볼 때는 캐주얼한 복장과 편안하고 조용한 신발이 좋아요. 작품 앞에서 쪼그려 보거나, 체험형 전시에는 몸을 써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또, 지나치게 짧거나 장식이 많은 옷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특히 인상주의나 흑백 작품 전시를 볼 땐 전시의 색감과 어울리도록 옷 색을 맞춰 입는 편이에요.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과하지 않게, 편한 복장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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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가가의 캐주얼한 전시룩 (R) 가가의 흑백 작품 전시와 톤을 맞춘 전시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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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INE ㅣ🫧 연듀
트렌드 탈출, 나만의 오래 입기 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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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행을 좇던 소비, 옷을 아끼기 시작한 건 ‘세탁’부터 예전에는 유행하는 옷을 보면 고민 없이 구매했고, 저도 모르게 유행에 맞춘 소비를 반복했어요. 그러다보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몇 번 입지도 않은 옷들을 버리게 되면서 불편함과 죄책감이 쌓여갔죠. 돈과 시간이 아깝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쉽게 버려지는 옷들에 대한 허전함이 컸어요. 그래서 한 벌을 사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루틴을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 변화의 시작은 ‘세탁 습관’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바지 밑단이 잘 더러워지는 편인데, 그런 부분을 그대로 두는 건 비위생적이고 옷감에도 좋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고 세탁기 사용을 자주 하면 옷감이 상하기도 하니, 꼭 필요한 부분만 세탁하는 것도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는 방법이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전체 세탁을 줄이고 더러운 부위만 따로 손세탁하는 '부분 빨래'를 시작하게 됐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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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탄산소다를 미온수에 살짝 풀어 녹여주기
2️⃣ 과탄산소다를 푼 물에 오염된 부분만 담가 불려준 후 손세탁하기
3️⃣ 얼룩이 심한 날엔 세탁솔이나 칫솔로 살짝 문질러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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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옷’과 ‘나에게 예쁜 옷’은 다르다. 쇼핑 습관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핏, 소재, 세탁 난이도까지 꼼꼼히 따져보는 기준이 생겼죠. 무엇보다 보기에 예쁜 옷과 나에게 예쁜 옷은 다르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어요. 요즘은 온라인으로 옷을 먼저 살펴보고, 여건이 되면 꼭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직접 입어봐요. 그리고 마음에 드는 옷은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일주일 정도 지켜보는 루틴을 만들었어요.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사고 싶은 옷이라면, 그건 정말 나에게 필요한 옷이라는 확신이 들거든요. 그렇게 고른 옷들은 확실히 더 오래 입게 되고, 애정도 더 가요.
▬ 옷장이 가벼워질수록 마음은 더 편안해졌다.
작은 변화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옷장을 열 때의 기분이 달라졌어요. 가득 차 있지만 손이 가지 않는 옷들로 답답했던 공간이 아니라, 정말 좋아하고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옷들만 남은 공간이 된 거죠. 예전엔 옷이 많아도 늘 입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옷이 적어도 ‘모두 다 입고 싶은 옷’이라서 만족감이 더 커요. 세탁할 때도, 쇼핑할 때도 훨씬 신중하게 행동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소비 기준도 생긴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떤 소비 습관을 가지고 있나요? 태기즈만의 아끼는 루틴이 있다면, 꼭 한번 들어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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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INEㅣ🍒 zzozi
2000년대 할리우드 덕후가 말하는 로코 vs 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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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유행 중입니다.
저는 영화와 드라마를, 그중에서도 2000년대 할리우드를 정말 좋아해요. <프렌즈>, <섹스 앤 더 시티>, <노팅힐>처럼 특유의 빈티지한 색감과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요! 그런 감성을 드러내는 건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단연 작중 캐릭터의 ‘스타일링’이 한몫한다고 생각해요. 빈티지한 무드와 클래식함, 그리고 과하지 않은 미니멀함이 요즘 트렌드와 맞닿아 있어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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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쇼핑을 사랑하는 <프렌즈> 레이첼의 레이어드 룩은 지금 봐도 따라 입고 싶을 정도로 트렌디한 것 같아요. 만인의 셀럽 켄달 제너도 비슷한 레이어드 룩을 연출했는데요. 레이첼은 베이직한 화이트 숏 슬리브에 블랙 슬리브리스를 레이어드 한 후, 미니 스커트와 롱부츠까지 블랙으로 통일해 빈티지함을 더했죠. 반면 캔달 제너는 슬리브리스 안에 스트라이프 셔츠, 슈즈는 납작한 로퍼를 매치해 클래식한 룩을 완성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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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돌고 돈다’의 또 다른 아이템, 바로 카프리 팬츠죠. 영원한 뉴욕언니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도 캐주얼하지만 우아한 카프리 팬츠 룩을 많이 보여줬는데요. 헤일리 비버도 최근 카프리 팬츠를 활용한 코디로 파파라치 컷에 모습을 보였어요. 캐리는 레이스 자수 이너에 컬러풀한 블루 아우터로 빈티지한 매력을 보여줬다면 헤일리는 블랙 앤 화이트, 그리고 트렌치코트를 매치해 미니멀하고 클래식한 느낌으로 등장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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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프렌즈> 레이첼: Girls Shares Tips, 켄탈 제너: InStyle 매거진, <섹스 앤 더 시티> 캐리: 핀터레스트, 헤일리 비버: W 매거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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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에서 꺼낸 오늘의 스타일
시대를 거슬러 따라 하고 싶은 멋있는 스타일들. 룩에 빈티지함을 주고 싶다면 레이첼이나 캐리를 그대로 따라 해도 좋고, 블랙 앤 화이트나 톤온톤 코디로 컬러감을 미니멀하게 맞춘 후 소재나 핏에서 힘을 빼주면 트렌디한 요즘 분위기를 더할 수 있어요. 저도 요즘 빈티지 숍과 신규 브랜드 아이템을 조합해 입고 있는데, 적당한 복고풍에 빈티지와 미니멀이 더해진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답니다. 태기즈도 한 번쯤 현실 속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 2000년대 할리우드 감성 PLAY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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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INE ㅣ🦋 FANCY
Story of MAKER‘s daugh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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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년 시절부터 남달랐던 패션 접근성 저희 어머니는 의류 제조 및 생산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하고 계세요. 덕분에 저도 어릴 적부터 패션에 대한 시각과 애정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의류 생산은 S/S 시즌이 시작될 때 이미 F/W 시즌 옷을 생산하고 있고, F/W 시즌에는 그다음 해 S/S 시즌을 준비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보다 한 템포 빠르게 트렌드를 접할 수 있어요. 치열하게 앞으로만 가고 있는 패션인 것 같아도 돌아보면 언젠가 유행했던 디자인, 소재, 컬러가 결국엔 돌고 돈다는 걸 느낄 수 있죠. 올해는 특히나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고 할 정도로 기존의 소재와 디자인에 자신의 개성을 담아 재조합하는 게 트렌드인 것 같아요.
▬ 생산자의 시각에서 본 올 여름 트렌드는? (feat. 오래 입는 법)
그래서 태기즈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번 시즌 트렌드는 컬러, 디자인보다는 소재예요. 온난화로 더욱 뜨겁고, 변덕스러워진 날씨에 레이스와 쉬폰, 심리스 소재는 꾸준히 사랑받을 것 같아요. 두 소재 모두 시원하면서도 간편한 스타일링이 강점이죠. 하지만 자칫 관리를 잘못하면 몇 번 입지 않아도 금방 흐물거리는 소재가 될 수 있어요. 두 소재는 일반 세탁이 아닌 손세탁으로 조물조물 빨아 줘야 처음 반했던 그대로 오래 입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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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스&쉬폰, 심리스 소재 손세탁 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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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옷이 잠길 정도의 넉넉한 용량으로 찬물 혹은
30도 이하 미지근한 물 준비하기
2️⃣ 중성세제를 사용해 가볍게 손세탁하기
3️⃣ 세탁 후 물기를 제거해 그늘에서 자연건조!
꼭 완전히 건조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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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t
- 아무리 때가 탔어도 표백제 사용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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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못 잃어도 섬유유연제 사용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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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오래 담가두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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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걸이에 걸어 보관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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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5일 입기 가능👌 여름 데일리 아이템 위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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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이야기만으로는 아쉬우니, 이번 여름 저의 위시리스트를 살짝 공개해 볼게요. 저는 여름 쇼핑을 할 때 첫 번째로 시원함, 그다음은 활용도를 체크해요. (한가지 아이템으로 얼마나 돌려 입을 수 있는지 중요하잖아요?🤭) 제 기준을 충족하는 1순위 아이템은 젤리 슈즈랍니다. 하의 기장에 상관없이 신을 수 있는 젤리 슈즈 하나면 센스 있는 장마철 코디를 완성할 수 있어요. 그다음은 한 벌로 두 가지 연출을 할 수 있는 디테처블 팬츠인데요! 초여름 일교차가 클 때는 긴 바지로, 장마철 밑단이 젖는 게 싫을 땐 짧은 바지로 바꿔 다양한 코디가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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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함께했던 태기즈의 원고를 엮어내며, 결국 잘 입고 잘 돌본다는 것은 방법이 아닌 태도라는 것을 느꼈어요. 네 명의 태기즈 모두 서로 다른 관심사와 경험을 이야기했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옷과 패브릭을 오래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거든요.
트렌드를 거슬러 나만의 소비 기준을 만들고, 영화와 현실을 비교하며 자신의 추구미를 확장하기도 했죠. 직업 특성상 자주 입는 옷의 소재별 척척박사가 되기도 하고요. 의류업에 종사하시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옷과 가까이한 삶도 있었어요.
이렇게 패브릭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야말로, 스택이 태기즈와 나눌 수 있는 진짜 의미 아닐까요? 다음 시즌엔 또 어떤 태기즈들이 각자의 ‘잘 입고 잘 돌보는 법’을 들려줄지, 호기심 왕 에디터는 벌써부터 새로운 루틴이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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